어린시절 부모님한테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무서워서 도망을 갔습니다. 숨을 곳이 마땅치 않자 할머니께서 뒤에 숨겨 주셨습니다. 할머니 때문에 매를 맞을 것을 간신히 넘겼습니다. 그 이후로도 부모님께 야단을 맞을 일이 있거나 피할 일이 있으면 할머니한테 달려가면 곧잘 숨겨주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우리들의 피난처였습니다. 어린시절 엿이 참 귀했습니다. 집안에 못 쓰는 고물을 들고가면 엿을 바꿔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에게는 곧잘 엿이 있었습니다. 할머니한테 조르면 엿을 주시곤 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어디서 엿을 구했는지 궁금했지만 당시에는 어떻게 구했든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엿을 주시면 받아먹고 또 달라고 마구 엉성을 부릴 뿐이었습니다. 그랬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덜컥 겁이 났습니다...
발이 많이 달린 동물이 지나갑니다. 그렇게나 발이 많은데도 일사분란하게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네가 지나갑니다. 마치 기차가 지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기차처럼 매우 빠르게 지나갑니다. 지네를 보면 기차를 연상시키는 건 기차처럼 길고 또 많은 발이 있어서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지네의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어린시절 시골마을에 살면서 지네를 수시로 보았습니다. 지네가 어찌나 많던지 큰 돌멩이를 들면 그 아래에 지네가 있곤 했습니다. 지네를 보면서 모두를 화들짝 놀라곤 했습니다. 그 이유는 지네가 독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네를 보면 발이 많아서 이상하고 징그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지네를 본다는 것 자체가 몹시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시골집에는 종종 지네..
아이들이 하늘이 끝나는 곳에 가겠다고 길을 나섭니다. 한 산을 건넜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또 있습니다. 또다른 산을 건넜습니다. 그런데도 하늘은 또 있습니다. 많은 길을 걸었던 아이들은 지쳐서 산에 모두 쓰러집니다. 그리고선 모두 포기해 버립니다. 그러면서 하늘은 너무 끝없어서 결국 인간이 따라갈 수도 없고 끝을 밟을 수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린시절 시골아이들은 이런 상상을 하고 실제로 마구 걸었습니다. 무한한 상상을 하면서 힘들어도 하늘끝을 달려가 보겠다고 산을 몇게 넘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해가 다 지나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선 하늘은 인간이 밟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하늘의 끝은 결국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
아이들이 엽전으로 맞추기를 합니다. 줄을 그어놓고 엽전을 던져 누가 그 선에 가깝게 던지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됩니다. 아이들은 이 놀이가 지겨워지자 엽전으로 앞뒤를 가리는 놀이도 합니다. 이마저도 지겨워지자 손안에 몇개가 있는지 놀이를 합니다. 엽전으로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흔한 엽전을 여러가지 놀이에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엽전이 정말 많았습니다. 땅을 파보면 엽전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쓸모가 없다면서 발로 차버립니다.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을 주울지 몰라도 엽전은 발로 차버립니다. 예전에는 엽전이 그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동전보다도 못한 신세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엽전이 흔했고 동전을 물물교환이 가능했지만 엽전은 교환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엽전이 오늘..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덜컥 겁부터 납니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 병원을 찾아가 결과를 들으려면 큰 병은 아닌지 걱정이 생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결과가 별것 아니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면 그보다 기분이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특히 검사를 해놓고 기다리는 몇일 동안은 몹시 기분이 묘해지면서 생숭생숭해지게 마련입니다. 요즘에야 병원도 많고 의료시설도 잘 발달이 되어 있어서 웬만은 병은 거의 치료가 되지만 예전에는 병원이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낙도나 시골 산골 같은 곳에는 병원이 있을리 만무했습니다. 몸이 조금 불편하고 안 좋으면 잠시 누워서 쉬고 한숨 자고나서 기운을 차려 다시 일을 하곤 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민간요법으로 몸에 좋은 것을 달여 먹거나 섭취해 이를 치료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