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보릿고개를 겪으며 자랐습니다. 당시에는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집을 보면 보기가 좋았고 부러웠습니다. 물론 모든 가정이 굴뚝에 불을 때지만 쌀밥을 먹을 수 있었던 집은 극히 일부였습니다. 당시에는 참으로 배가 고팠습니다. 당시의 꿈은 이담에 어른이 되면 꼭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맛있는 음식이 따로 있는 게 아니였습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시장할 때 먹는 음식이 최고의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음식이라도 배가 부를 때 이를 대하면 맛이 좋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먹방이나 맛집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를 찾아서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집일..
가을에는 모든 것들이 풍성합니다. 곡식도 잘 익고 들녘이나 산을 다녀도 먹을 게 넘쳐납니다. 산을 오르면 밤나무를 보게 됩니다. 누렇게 밤톨이 익었습니다. 이윽고 쩍하고 벌어집니다. 밤톨안의 알밤이 빛이 날 정도로 선명합니다. 밤나무 아래서 밤을 딴 적이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데 바람 한 자락이 밤나무를 툭하고 건드립니다. 밤톨을 떨어뜨립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머리에 떨어졌습니다. 그 당시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어찌나 아프든지 다른 사람에게 말은 못하고 혼자서 뒤돌아서 아파하고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밤을 따다보면 불의의 아픈 경험을 곧잘 하게 됩니다. 밤에는 가시가 있습니다. 이런 밤톨 주변의 가시를 잘 헤쳐야 비로소 밤알을 만질 수 있습니다. 벌어진 밤톨 사이의 알밤은 잘 꺼내야만 하지만 초보이거나 익..
여름이면 하얀 감자 꽃이 피더니 이내 알이 하얀 튼실한 감자알이 생겨납니다. 감자밭은 하얀 감자꽃이 핍니다. 감자는 참 재밌는 식물입니다. 꽃은 피지만 열매는 맺지 않습니다. 감자알을 먹습니다. 어린시절 정말 감자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는 보릿고개가 있었던 시절이라 새하얀 쌀밥에 고깃국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입니다. 봄이면 먹을 게 없어 감자를 먹었습니다. 그나마 감자를 먹을 수 있는 가정은 그나마 행복했습니다. 그마저도 먹을 게 없었던 가정에서는 배곯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고 힘든 보릿고개를 넘겼습니다. 감자는 여름철로 접어들락치면 하얗게 꽃이 핍니다. 감자꽃은 그다지 화려하거나 꽃송이가 크지 않아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더욱 재밌는 것은 감자꽃은 아무런 쓸..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라서 선생님에 대한 정서가 남다릅니다. 당시 초등(국민학교)에는 선생님의 그림자조차 밟아서는 안 되는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나타나면 저 멀리서 인사를 할 정도로 선생님을 절대시 했습니다. 그런 시대를 보내고 도회지에서 중고교를 다녔습니다. 점차 선생님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하나의 인간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중고교를 보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여자애들은 남자선생님을 짝사랑하고 남자애들은 여선생님을 짝사랑하는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대학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는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어느덧 무뎌졌습니다. 아이를 낳고 학교에 보내면서 어느날부터 선생님이 부담스럽습니다. 스승의 날도 부담스럽고 학교에 갈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게 ..